기사 (3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미역골의 어느 밤 미역골의 어느 밤 미역골의 어느 밤윤명희 잘못 들었나? 문고리 소리 같긴 한데 뭐지? 산비둘기 소리에도 숨이 넘어갈 듯이 짖곤 하던 복돌이 녀석은 오늘따라 조용하고, 풍경이 대신 온몸으로 운다. 바람이 분다고 쇠 문고리까지 움직일 리는 없을 텐데. 다시 달그락달그락, 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는 소리다. 귀는 바깥에 두고 이불을 끌어 덮었다. 발가락이 오그라진다. 뜨끈한 바닥에 등을 대고 싶어 하는 남편은 안방에, 침대를 고수하는 나는 건넌방에서 잔지 꽤 됐다. 우리 집은 뒷산이 울이요, 앞산이 담이다 보니 슬쩍 걸어둘 만한 사립문도 없다. 창호지 방 문학산책 | 윤명희 기자 | 2020-04-04 11:13 버려진 사진 버려진 사진 버려진 사진 글. 윤 명 희친구가 운영하는 고물상에 들렀다. 부탁해 둔 주물 난로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은 그날은 겨울 추위가 막 들어서고 있었다. 친구는 화물차에서 묵은 짐들을 내렸다. 요양원에 간 이웃 할머니의 살림을 정리 중이라 했다. 냉장고에서 나온 계란 몇 알이 소쿠리에 담겨 있고 그 옆에는 미숫가루가 반쯤 담긴 통과 고춧가루 통이 발치에 차였다. 냉동실에서 나온 고등어와 얼어붙은 시루떡 몇 뭉치에 지난가을에 넣어 둔 홍시까지 혼자 살아온 할머니의 생활이 다 보이는 듯했다.바닥에 떨어진 수주(數珠)를 줍는데 발밑에 사진이 문학산책 | 윤명희 기자 | 2020-03-17 18:57 가락지 가락지 가락지 설경미뼈마디 굵어진 손가락에가윗날 여식이 주었던 가락지가멈춰버린 세월의 꼬리를 잡고어지럽게 춤을 춘다. 오래오래 살 거라고잘알아 볼 거라고입버릇처럼 하던 말들이둥그런 동공 속 메아리를 만들고 날리는 바람 속 엷어지는 소리에세상은 이런 거라고이승 끝 저만치서목탁새가 운다. 운다. 이 빠진 동그라미 속울 아버지 오랜 잠에는지난 겨울 모질게 차갑던눈발이 내린다. ※ 설경미경주출생경주문협 회원 문학산책 | 설경미 기자 | 2019-12-13 17:08 처음처음1끝끝